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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 소년

파리이야기6 - 수다쟁이 파리지앵

 

이번 여행 계획 중의 하나가 카페에서 여유 있게 차를 마시면서 쉬는 거였다. 사실 10년 전인 대학생 시절 배낭여행 할 때는 짧은 시간에 급하게 관광지를 둘러보기에 바빴다. 돈이 없어서 식사도 겨우 해결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차를 마실 여유는 없었다. 하지만 파리지엥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보기 위해서 카페는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카페에서 토론하고 책 보고... 이 사람들은 직업이 없나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카페에는 수다 떠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종교만큼 바꾸기 힘들다는 파리지앵들의 '단골 카페'에 앉아 그들의 삶을 엿본다.

 

 

생제르멩 거리의 유명한 카페인 '레 되 마고.' 1885년 문을 연 뒤 사르트르와 헤밍웨이, 피카소 등 많은 지식인들이 이곳에서 철학과 문학, 사회를 논했다고 한다. 카페가 주제 넘게 문학상도 만들어 수상하고 있다고 하니 파리에서의 카페의 영향력을 실감하게 된다. 이 곳에서 마셨던 쇼콜라 쇼(핫 초콜릿)의 진한 맛이 아직도 입가에 맴돈다. 여유롭게 차 한잔 하면서 사람들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파리 사람들은 카페를 좋아하고, 특히 노천 좌석을 좋아한다. 사실 우리나라에선 정말 날이 좋은 날이 아니라면 노천 좌석이 그리 인기가 있진 않다. 바깥이 시끄럽기도 하고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내 삶을 노출시키고 싶지 않은 심리도 작용하는 것 같다. 하지만 파리지엥들은 노천 좌석을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듯하다. 대부분의 카페들이 좁은 인도로 비집고 나와 좌석을 점유하고 있다. 심지어는 도로의 절반(인도가 아니라 차도)을 차지하고 있는 좌석들도 있다. 재미있는 건 좌석들이 마주보기보단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는 거다. 두 사람이 같이 정면을 향해 앉아 수다떠는 우스꽝스런(?) 모습이란...  

 

 

 

 

 

 

 

 

위의 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문득 말풍선 놀이를 하고 싶어진다. 사람들의 머리 위에 말풍선을 그려놓고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상상하는 거다. 남자 A가 뭐라고 하면 다음 사진에서 여자 B가 이렇게 대답한다... 뭐 그런 거. 예전에 잡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것처럼, "독자들의 재치 있는 답변을 기다립니다." 아무튼 나이와 성별, 옷차림, 분위기가 전혀 다른 사람들이 마주 앉아 온갖 제스처를 보여주며 무슨 얘기를 저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 건지... 이방인의 호기심을 자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