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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 소년

파리이야기8 - Midnight in Paris

 

파리의 밤은 황홀하다. 하지만 실상 파리의 밤을 제대로 즐기진 못했다. 파리의 하절기에는 해가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는 탓에 야경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무한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또 밤거리와 골목은 약간의 불안감이 느껴질 정도로 음산하기 때문에 용기도 필요하다. 그래도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 속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파리의 밤거리를 걷는다. 인내심과 용기를 가지고 카메라를 들고 나의 골든 에이지를 찾아 떠나는 거다.

 

 

 

 

 

 

 

 

 

 

 

 

여행 마지막 날 밤에 찍은 사진 가운데 하나다. 특히 오르세는 몇 번씩 드나들 정도로 아끼고 좋아했던 곳이다. 그만큼 셔터를 누르는 손 끝에 더 아쉬움이 배었다.

 

 

이 사진을 찍을 때 만났던 여성 사진작가가 생각난다. 카메라를 길 바닥에 고정시켜놓고 개선문을 같은 각도에서 찍다 서로 얘기를 나누게 됐는데, 나에게 셔터스피드를 28초로 해서 찍으면 적당하다고 조언해줬다. 재미있는 건 그녀는 독일인이었는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영국에서 살고 있으며 파리에 잠시 일하러 왔다고 했다. 그야말로 국제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토박이 한국인인 나에게는 신기하고 또 부러울 따름이었다.

  

 

 

 

파리 야경의 절정은 바로 에펠탑 위에서 바라본 도심이다. 에펠탑 전망대에 올라간 뒤 해가 지기를 끈질기게 기대리다 보면 하나 둘씩 도심에 불이 켜진다. 물론 나처럼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올라가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수직 상승에 대한 공포와 혹시나 오래된 철탑이 무너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맞물려 소름을 돋게 한다. 같이 탔던 어느 외국인 남자도 덩치에 맞지 않게 "Oh, it's still going up."을 연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