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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과 북카페

엔트로피



그렇다. 영원한 것은 없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유한하다는, 이 평범하지만 심오한 진리를 우리는 자주 잊고 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과 물질의 소중함도 곧잘 잊어버린다. 무절제하게 마구 쓰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이 세계의 모든 물질은 에너지로 환원된다. 그리고 모든 에너지는 열역학 제2법칙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에서 사용할 수 없는 에너지로 변해간다. 에너지의 무질서도, 즉 엔트로피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엔트로피가 최고점에 이르는 상태, 다시 말해 모든 에너지의 이동이 없는 상태가 바로 이 세계의 종말을 뜻한다. 종말로 향하는 이 흐름을 거역할 수는 없다. 다만 속도를 조절할 수 있을 뿐. 문제는 우리 스스로 이 엔트로피의 가속도를 높여서 종말로 향하는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의 '엔트로피'는 이젠 고전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 유엔이 기후변화협약을 논의하고 국가적으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고민하기 훨씬 전인 1980년대 초에 이미 현대사회에 묵시론적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는 뉴턴 이래로 그동안 우리가 진보와 발전이라고 믿었던 성장과 개발의 패러다임(기계론적 세계관)이 실은 엔트로피를 증가시켜 세계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앞으로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도시와 대량생산 체제는 농업 중심의 마을 공동체로 재편되고, 삶의 방식도 생존에 필요한 것 위주로 소비하는 간소화된 생활문화가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엔트로피는 단순히 환경 문제를 다룬 책이 아니다. 다루는 학문적 범위만 해도 광범위하다. 물리학에서 시작해 역사학과 경제학 등을 거쳐 철학으로 끝맺는다. 이 책은 우리에게 반성과 성찰, 가치관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우리 삶의 방식이 얼마나 필요 이상으로 많은 것들을 소비하면서 방대해졌는지. 인간이 자신의 엔트로피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지구상의 얼마나 많은 존재들의 엔트로피를 높이면서 희생시키고 있는지. 결국 '나'라는 존재가 주변 환경에 얼마나 많은 빚을 지고 살아가고 있는지를 깨닫게 한다.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은 유한한다는 것. 인간이 주변의 에너지를 흡수해 생존을 유지하려 애쓰지만 결국 엔트로피의 증가로 세포와 조직은 노화와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다는 진리. 마찬가지로 자연도, 지구도 엔트로피라는 절대 명제 아래 같은 운명이라는 것. 마음이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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