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충매체분석

[복면가왕] 음악 프로그램의 진화는 어디까지인가?

 

 

 

음악적인 취향은 다를지라도 음악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음악은 언어보다 더 강력한 소통의 도구가 되곤 한다. 이 때문에 개체를 이동하며 불멸하는 유전자처럼 음악 프로그램은 다양한 포맷을 갈아입고서 세월이 지나도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음악 순위 프로그램이다. 과거 가요TOP10에서 현재의 뮤직뱅크까지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꾸준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거기에 몇 년 전부터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뜨기 시작했다. '슈퍼스타K'에서 시작해 '위대한 탄생', 'K-pop 스타'에 이르기까지 오디션 전성시대를 맞았고, 가수들의 오디션인 '나가수'와 '불후의 명곡', 최근엔 랩을 전문으로 하는 '쇼미더머니'에, 심지어 음치를 찾는 '너의 목소리가 보여'까지. 예를 다 들기도 힘들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음악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기에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 바로 '복면가왕'이다. 복면가왕은 얼굴을 모른 채 목소리로만 평가한다는 점에서 '보이스 오브 코리아'와 비슷하지만, 바로 얼굴을 공개를 하지 않은 채 출연진과 시청자가 복면가수를 추측하는 시간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일반인이나 무명 가수들보다는 이미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연예인들이 출연한다는 점도 그렇다.

 

 

 

 

요즘 이 '복면가왕'의 재미에 일요일 저녁이 즐거운데, 몇 가지 이유를 분석해보고 싶다. 우선 가장 큰 미덕은 '아이돌의 재발견'이다. 이름조차 모르고 집단 댄스음악 정도나 부를 거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돌의 '서서브'(?) 보컬들이 엄청난 가창력을 자랑하고 있다. 육성재와 산들, 루나의 가창력과 표현력은 '아이돌에게 어떻게 저런 깊이가 있을까' 싶어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만약 얼굴을 공개하고 불렀다면 분명 선입견이 들어가 감동이 덜했겠지만, 누군지를 가림으로써 편견 없이 목소리의 진가를 감상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안부가 궁금했던 가왕들의 귀환'이다. 왕년에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그래서 소식이 궁금했던 이들이 가면을 쓰고 우리 곁에 다시 나타난다. 권인하, 박학기, 정수라부터 조장혁, 장혜진, 고유진, 이기찬까지. 물론 과거 왕성했던 시절 실력과의 괴리감에 아쉬움도 느끼지만 다시 만나게 된 반가움이 더 크다. 거기다 가수가 아닌 연예인들이 깜짝 출연해 그들의 노래 실력을 감상하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기억에 남은 이들이라면, 김소영 아나운서, 컬투 김태균 정도.

 

 

 

 

무엇보다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는 가왕들의 진면모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김연우는 안정감 있는 절대 음감을 선보이고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소화해 진정 '연우신'으로 등극했다. 특히 첫 무대에서의 바리톤 음색(오페라의 유령)과 마지막 무대에서의 민요 가락(한오백년)은 할 말을 잃게 했고, 락 발라드곡에서의 서정적이면서도 폭발적인 가창력도 관객과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김연우와 함께 에일리도 그녀가 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작곡가 김형석의 말대로 에일리는 "락의 강렬함과 R&B의 섬세함을 모두 갖춘" 가수임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물론 분명 단점은 있다. 진정 가왕이라 불릴 만한 이승철이나 김범수 같은 가수들은 음색이 워낙 잘 알려져 있어 출연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왠만큼 알려진 가수는 참가하지 못하는 마이너리그 무대가 될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리고 때론 참가자들이 가창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것보단 자신의 목소리를 감추는데 급급해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흥행카드였던 김연우를 통해 복면가왕은 분명 많은 가능성을 보여줬다. 사실 복면가왕만의 얘기는 아니다. 그것은 한국 가요계가 현재의 음악 지형에 머물지 않고 보다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고 융합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