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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有感

지방선거에 지방은 없다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큰 탈 없이 끝났다. 하지만 많은 문제점들을 남겼다. 애당초 한번에 8명을 뽑는다는 게 무리였다. 후보자의 공약을 살펴보는 건 고사하고 이름조차 다 기억하기 어려웠다. 또 투표용지가 3억여 장, 제작 비용은 36억 원이나 들었다. 사회적 환경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제는 정말 전자투표 도입을 검토할 때다. 덧붙여 교육감·교육의원 선거를 지자체장 선거와 함께 치르면서 교육자를 뽑는 선거가 정치판에 휩쓸려야 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지방선거의 본질에 대한 위협이다. 지방선거는 지역의 일꾼을 뽑는 선거다. 지난 4년 동안 자치단체장들의 행정을 심판하고 지역을 위해 더 나은 행정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을 뽑는 기회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도 마찬가지로 '지역'은 실종됐다. 선거 기간 내내 자신의 지역구를 위한 공약보다 현 정부에 대한 심판을 호소하거나 전 정권의 실정을 비난하는 목소리만 난무했다. 선거 기간의 이슈도 천안함 사태와 4대강 사업 등 중앙의 담론들이었다.

결국 지방선거가 지방정부를 평가하는 선거가 아니라 중앙정부를 평가하는, 중앙선거의 대리전이 되면서 지역의 이슈와 담론은 사라지고 말았다. 지방분권을 내세우며 부활한 지방선거가 5회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지방분권의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한 이유다.


선거가 끝난 뒤 모든 언론이 야당의 대약진과 여당의 참패를 선언했다. 정치권도 같은 평가를 내리고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현 정부를 심판하고 자신들을 지지해준 결과라며 한껏 들떠있다. 하지만 지역균형발전을 그토록 염원했던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린다면, 조금이나마 지난 선거 과정을 돌이켜보고 문제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언제나 그렇듯 현 정부와 야권,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인 대립구도는 세계를 단순화시킨다. 그밖의 다른 갈등은 묻혀버린다. 고질적인 중앙과 지방의 문제는 사라졌다. 이번 지방선거에도 지방은 없었다. 


(2010.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