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대有感

정전대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지난달 예상치 못한 '가을 폭염'이 찾아오면서 한전이 전기를 순환 공급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도로의 신호등이 번갈아 꺼지고 엘리베이터가 멈춰 사람이 갇히는 등 혼란이 커지면서 사태에 대한 책임 공방이 뜨거웠다. 정치권은 전력 수요 예측에 실패한 한전을 질타했고, 한전은 날씨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기상청에 책임을 떠넘기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다 결국 주무 부처인 지식경제부 장관이 사퇴하는 선에서 일단락됐다. 하지만 이번 정전 대란에 대한 근원적인 자성과 대응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우리의 생활은 이제 전기 없이는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전기 의존적이다. 밥 먹고 TV 보고 냉난방하고 자고.. 전기를 쓰지 않는 순간이 없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삶을 전기에 내맡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소유와 편리에 대한 인간의 끊임없는 욕구는 전기 사용량을 계속 늘려나갈 것이란 점이다. (잦은 기상이변도 전기 사용량을 늘리는 데 한 몫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번과 같은 정전대란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전대란을 이런 전기 의존적인 우리 삶의 경종으로 삼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당장 전기와 이별할 수는 없다 하더라도 불필요하게 '그녀'(혹은 '그')에게 집착하는 습관을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엘리베이터 대신 걸어 올라가기(한 층 오르는 데도 엘리베이터를 타려는 사람들을 너무도 많이 봤다), 집에서 에어컨 끄고 지내기(예전엔 에어컨 없이도 잘 살아왔지 않나), 무엇보다 야간에 휘황찬란한 네온사인들은 과연 정전대란을 겪은 게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정전대란 당일 밤에도 네온사인은 도시를 뒤덮고 있었다).

누구나 알다시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유한하다. 더군다나 일본 지진해일 피해에 대한 타산지석으로 원자력발전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가야할 방향은 한 가지다. 전기 의존도를 낮추는 것, 전기에 집착하는 삶의 방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생명과 직결된 필수불가결한 전기 사용을 위해 다른 불필요한 전기 사용은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시급하다. 이번 정전대란은 하루만에 끝났지만, 정말 전기를 사용할 수 없는 비극의 날이 오기 전에 말이다.


(9.21)

'시대有感'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란치스코, 시장만능주의 사회에 일침을 가하다  (0) 2014.08.17
티스토리 遺憾  (12) 2012.07.08
독도를 부탁해..  (0) 2011.11.07
이유 있는 '애정남 신드롬'  (0) 2011.10.17
지방선거에 지방은 없다  (0) 2010.10.08